영국에서 한 여성이 원인을 알 수 없는 두통과 집중력 저하로 고통받다가 결국 치매 진단까지 받았는데, 알고 보니 원인은 일산화탄소 중독이었다. 이 여성의 사연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고, 일산화탄소 중독의 위험성에 대해 다시 한번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수 웨스트우드-러틀리지라는 이름의 이 여성은 30대 중반이던 18년 전 새로운 집으로 이사한 뒤부터 이상한 증상을 겪기 시작했다. 두통이 심해지고 어지러움도 자주 느꼈으며, 점점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일상생활이 어려워졌다. 처음에는 단순한 피로나 스트레스 때문일 거라 생각했지만 증상은 점점 심해졌고, 결국 집에서 쓰러지는 일까지 발생했다. 주요 장기의 기능이 멈출 정도로 위험한 상황까지 간 것이다.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았지만 의사들은 그녀의 증상을 정확히 설명할 수 없었다. 일부 의사들은 그녀가 마약을 복용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며 의심했고, 또 다른 전문가들은 그녀에게 치매 진단을 내렸다. 당시 그녀는 30대 중반에 불과했기 때문에 치매라는 진단은 너무나도 이례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녀의 증상이 일산화탄소 중독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진실이 밝혀진 것은 브리티시 가스(British Gas)라는 영국의 에너지 공급업체에서 진행한 정기 점검 덕분이었다. 점검 과정에서 그녀의 집 보일러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일산화탄소가 새어나오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수와 그녀의 여섯 살 아들은 모르는 사이에 오랜 기간 동안 일산화탄소에 노출되면서 서서히 중독되고 있었던 것이다. 가스 기사는 그녀에게 "즉시 집 밖으로 나가라"라고 경고했는데, 당시 그녀는 그 순간의 충격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만약 그때까지 집 안에서 창문을 자주 열어두지 않았다면, 그녀와 아들은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었다.
일산화탄소 중독의 여파는 단순한 두통과 어지러움에서 끝나지 않았다. 수는 지금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근육통과 편두통은 물론이고 기억력 저하까지 겪고 있으며, 신경 손상으로 인해 손과 발에 수술을 여러 차례 받아야 했다. 심지어 몇 년 동안은 짧은 문장을 읽을 수 없을 정도로 뇌 기능이 저하되었고, 이를 회복하기 위해 특별한 읽기 훈련을 받아야 했다. 그녀의 뇌 상태를 검사한 신경외과 전문의는 "알츠하이머 테스트 결과가 80대 노인의 뇌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왔다"고 전했다. 또 그녀의 신경 손상 정도가 마치 뇌졸중을 겪은 사람과 유사한 상태라는 진단도 받았다.
이전에는 건강을 철저히 관리하던 그녀였기에 이러한 결과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원래 그녀는 건설 회사를 운영하며 바쁘게 생활했고, 정기적으로 헬스장을 다니면서 운동도 꾸준히 했었다. 하지만 일산화탄소 중독 이후 그녀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고, 지금도 다양한 건강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그녀는 자선단체와 함께 일산화탄소 중독의 위험성을 알리는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일산화탄소 중독은 매우 위험하다. 일산화탄소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냄새도 없기 때문에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린다. 공기 중에 퍼져 있어도 알아차리기 어렵고, 일단 몸에 쌓이기 시작하면 혈액 속 헤모글로빈과 결합해 산소 공급을 방해하면서 내부적인 질식을 유발한다. 급성 중독의 경우 짧은 시간 안에 호흡곤란, 혼수상태, 사망에 이를 수 있으며, 만성 중독이 지속될 경우 신경 손상, 심혈관 질환, 부정맥 등의 위험이 높아진다.
우리나라에서도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는 종종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경북 구미의 한 주택에서 60대 여성이 화목보일러에서 새어 나온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 최근 몇 년 사이 캠핑이나 차박을 하다가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사망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11월에는 충남 서산의 한 캠핑장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텐트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고, 같은 달 금산에서도 30대 남성 두 명이 캠핑장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보일러를 사용할 때 배기관이 제대로 연결되어 있는지 꼭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오래된 보일러는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일산화탄소 탐지기를 설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차량이나 텐트 안에서 가스 난방기를 사용할 경우 반드시 충분한 환기를 시켜야 한다. 차량의 창문을 조금이라도 열어두거나, 텐트 입구를 완전히 개방해야 안전하다. 단순히 잠깐 사용하는 것이 괜찮겠지 하고 방심하다가 생명을 잃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예방 조치는 필수적이다.
일산화탄소 중독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위험이지만, 적절한 예방 조치를 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이기도 하다. 집이나 캠핑장에서의 작은 부주의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모두가 이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수 웨스트우드-러틀리지의 사례처럼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한 일상 속 위험이 건강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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