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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서울 양천구 중학교 영양교사 극단 선택 사망 사건, 학부모 '민원' 시달렸다

by kindtree 2024. 2. 6.
서울 양천구 중학교 영양교사 극단 선택 사망 사건, 학부모 '민원' 시달렸다

 

학교 복직을 사흘 앞둔 현직 영양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고인이 생전에 학부모들의 과도한 민원에 시달렸던 것으로 나타나 또다시 '교권 추락', '학부모 갑질' 논란이 일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 달 29일 서울 양천구의 한 중학교 영양교사 A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2020년 임용된 후 줄곧 해당 학교에서 근무했던 A씨는 지난해 들어 '건강상 이유'로 병가를 사용했고, 지난 1일 학교로 복직할 예정이었습니다.

 

고인의 장례식이 열린 다음 날인 지난 2일 오후, 서울 양천구의 한 중학교 정문 앞. 고인을 추모하는 동료 교사들이 보낸 조화 6개가 학교 담벼락을 따라 길게 줄지어 있었습니다.

 

해당 조화에는 '영양 선생님 미안합니다. 편히 쉬세요', '선배교사, 영양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경기중등선배교사, 하늘에서 평안을 기원합니다' 등 고인의 명복을 기리는 추모 글귀들이 적혀 있었습니다.

 

전국 일부 지역에 강풍·풍랑주의보가 내려졌던 이날, 한산한 학교 운동장에도 강한 바람이 불어 조화들이 땅바닥에 고꾸라졌지만, 쓰러진 조화를 일으켜 세워주는 이는 없었습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재학생 정수연(15)양은 "널브러진 조화들을 잘 세워 놓으면 좋겠는데 저는 조화를 만지는 일조차 미안하다"며 슬퍼했습니다.

 

다른 재학생 천모(15)군은 "학생들도 추모하는 분위기다. 조화 앞에서 (선생님께) 절하고 간 친구들도 서너 명 봤다"며 "(고인의 부고 소식을) 인스타그램으로 접했는데 '너무 안타깝다'는 친구들이 많았다"고 애도했습니다.

 

 

같은 학교를 다니는 B(15)군도 "친구들은 급식에 대해 불평하지도 않았다"며 "영양 선생님을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고인의 죽음이) 안타깝다"고 했습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교원단체들은 고인을 애도하면서, 교육 당국이 고인의 죽음에 대해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고인의 사망 원인과 관련해 아직 경찰 수사 결과가 발표되지 않았지만, 지역 맘카페 등을 중심으로 영양교사로 일했던 고인이 학부모들의 과도한 민원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일부 학부모들은 고인이 건강상 이유로 휴직했던 지난해에도 학교장 면담에서 '음식이 식어 맛이 없어진다. 교실 배식을 하는 타 학교를 대상으로 '급식 벤치마킹'을 시행해달라" 등 다수의 급식 관련 민원을 넣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학부모들에게 전해진 '학교장 면담' 관련 내용을 살펴보면 "급식 문제에 대해 학부모와 급식실이 직접 소통할 수 있도록 학교 홈페이지에 '급식 건의 게시판'을 신설해달라"거나 "학교 외부 전문기관을 섭외해 급식 컨설팅을 시행해달라"는 학부모들의 요청사항들이 있었습니다.

 

심지어 학부모 민원 중에는 영양교사 개인이 감당하기에 사실상 불가능한 요구들도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급식이 식지 않도록 모든 반마다 전기밥솥을 설치해달라"는 학부모 요구까지 나오자 학교 측이 나서서 "조리기구가 학급으로 이동하는 것은 급식실 규정 위반이기 때문에 무리하게 시행할 수 없다"며 반대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정황에도 해당 학교는 A씨가 학부모의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습니다. 서울 시내 학교를 총괄하는 서울시교육청도 현재로서는 해당 사건을 교권 침해 사안으로 판단하지 않아 조사 계획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학교 관계자는 "(교사의 죽음에 대해) 무척 놀랐고 당황스럽다. 슬퍼하고 있고 안타까운 일"이라면서도 학부모 민원에 시달리다 교사가 휴직을 신청했느냐는 질문에는 "건강상 질병 휴직이었다"고 말을 아꼈습니다.

 

그러면서 학교 측은 "서울교육청으로 연락하는 것이 좋겠다. 교육지원청에서 조사를 받았다"고 책임을 돌렸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A씨 죽음에 대해 이미 학교 측이 자체 조사를 실시했다며 "이미 조사는 종결됐고, 교권침해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추가 조사 여부에 대해 선을 그었습니다.

 

이어 "저희가 알기로는 '밥이 맛이 없다'는 수준의 민원이었는데, 어느 학교에서나 나오는 민원으로 알고 있다. 학교 측도 이 정도까지 파악하고 있는 모양"이라면서 '학부모 갑질 의혹'에 대해서는 "(A씨) 유가족이 깊이 있는 조사를 원하지 않는다"며 답변을 피했습니다.

 


이 사건은 학교 내 영양교사의 비극적인 죽음과 관련하여 여러 중요한 사회적 문제들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 이 사건은 교육 현장에서의 교권 침해와 학부모의 과도한 요구, 일명 '학부모 갑질'의 문제를 재조명합니다. 교사가 학부모의 민원과 요구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은 교육 공동체 내에서 교사의 위치와 권위가 얼마나 약화되었는지를 보여줍니다.

 

학교와 교사에 대한 무리한 요구와 비현실적인 기대는 교육 현장의 건강한 환경을 해치며, 교사 개인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영양교사와 같이 학교 내에서 특정한 전문 업무를 담당하는 교직원은 더욱 취약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교육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는 업무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부담과 압력을 받을 수 있으며, 이는 심각한 직업적 스트레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둘째, 이 사건은 교육 당국의 대응에 대한 문제를 제기합니다. 서울시교육청 등 관련 기관이 고인의 죽음을 교권 침해 사안으로 판단하지 않고 추가 조사를 진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한 것은, 이러한 사안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대응으로 비칠 수 있습니다. 교육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보다 철저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비극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셋째, 이 사건은 교육 공동체 내에서의 소통과 이해의 부재를 드러냅니다. 학부모, 교사, 학생 간의 소통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고, 각자의 입장과 요구만이 강조될 때, 교육의 본질적인 목적은 흐려지게 됩니다. 교육은 협력과 상호 존중의 바탕 위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선 학교와 학부모, 학생 모두가 서로를 이해하고 지지하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은 한국 사회 내에서 교육 현장의 여러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며, 교사의 권리 보호와 교육 공동체 내의 건강한 소통 및 협력을 위한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교육 당국은 이러한 사건을 계기로 학교 현장의 실질적인 문제를 파악하고, 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가 안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