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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헌재, 32주 전 태아 성별 고지 금지 조항 위헌 판결

by kindtree 2024. 2. 28.
헌재, 32주 전 태아 성별 고지 금지 조항 위헌 판결

 

한국에서 임신 중인 부모가 태아의 성별을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1987년부터 의료법은 의사들이 임신 8개월 전까지는 부모에게 태아의 성별을 알려주지 못하도록 금지해왔습니다. 이는 남아 선호 사상으로 인한 성비 불균형과 선별적 낙태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죠. 그러나 최근 헌법재판소에서 이러한 금지 조항이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헌법재판소는 태아 성별 고지를 금지하는 의료법 20조 2항에 대해 6 대 3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결정에 따라 의료인이 임신 32주 이전에 태아나 임부를 진찰하거나 검사하면서 알게 된 태아의 성을 임부, 임부의 가족, 그 밖의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것을 금지한 조항은 즉시 효력을 상실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태아의 성별 정보에 대한 접근을 부모가 방해받지 않을 권리를 과도하게 제약하는 것으로 보고, 이러한 제한이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입법 목적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남아선호사상이 쇠퇴하고,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과 함께 양성평등 의식이 자리 잡아가고 있는 현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에 비해 성비 불균형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여겨지지 않으며, 태아의 성별과 낙태 사이의 유의미한 관련성이 낮아진 것으로 평가되었습니다. 실제로 과거에는 둘째아나 셋째아의 경우 남아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자연성비(1대1)의 정상 범위 내에 도달했다는 점이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합니다.

 

헌재는 성별을 알려줌으로써 낙태를 유도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성별 고지가 아니라 성별을 이유로 한 낙태 행위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따라 낙태와 관련된 문제는 국회에서 개선 입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미 2019년에 낙태죄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는 헌재는, 법 개정이 시급함을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이와 같은 다수 의견에 동의하면서도, 세 명의 재판관은 태아의 성별 고지를 제한 없이 허용하기보다는 현행 제한 기간을 앞당기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이들은 우리 사회에서 성별을 이유로 한 낙태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국가가 태아의 생명을 보호할 책임을 강조했습니다. 이들은 태아의 성별 고지를 더 일찍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태아 생명 침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입장은 단순히 성별 고지 금지를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근본적인 목적을 잊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과거 남아 선호에 따른 선별 출산과 성비 불균형 심화를 막기 위해 도입된 조치의 변화를 의미합니다. 1987년에 도입된 이후, 2008년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고 2009년 임신 32주 이후에는 성별 고지를 허용하는 대체 법안이 마련되었었죠. 그러나 이제는 이러한 제한 자체가 폐지되면서, 태아의 성별을 알려주는 것이 전면적으로 허용되게 되었습니다.

 

 

이번 결정으로 인해 법적으로는 임신 기간에 상관없이 태아의 성별을 알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사회적 책임과 윤리적 고민은 남아있습니다. 태아의 성별 고지가 가능해졌다고 해서 성별을 이유로 한 낙태가 정당화될 수 없으며, 이는 별개로 다뤄져야 할 문제입니다. 헌재 역시 성 선별 낙태 방지와 태아의 생명 보호는 낙태와 관련된 국회의 개선 입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이번 헌재 결정은 임신한 배우자를 둔 변호인 등이 제기한 헌법소원을 계기로 내려졌습니다. 청구 당시, 이미 성별을 알려주는 관행이 있고, 이에 대한 경찰 수사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등 사실상 사문화된 조항이라는 점이 지적되었습니다. 또한, 대한의사협회 및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등 의료계에서도 32주 규제에 대해 의학적 근거가 없으며, 낙태죄가 폐지된 상황에서 성감별을 금지하는 것이 모순이라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습니다.

 

 

결국, 이번 판결은 사회적 가치와 의식의 변화, 그리고 의학적, 윤리적 고민을 반영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모가 태아의 성별을 알 권리와 태아의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국가의 책임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한 영역입니다. 이와 함께, 성별에 기반한 차별이나 선호가 사라지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 역시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